[교회개척 이야기 7]
유영업 목사
문제는 돈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다가온다. 교회의 이름을 정하고 교회를 개척하리라 마음을 먹었을 때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람도 없고 예배실도 없고 돈도 없었다. 어떻게 시작하지? 생각하며 기도하는데 수개월 전에 노회의 한 목사님께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많이 힘들고 괴로워할 때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만일 교회를 개척하게 되면 말하세요. 우리 교회의 공간 하나를 빌려주도록 당회에서 의논해볼께요” 그 때는 교회를 개척할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나를 위한 말씀이니 고맙게 받았지만 그 후 까맣게 잊어버렸다. 생각해보니 몇 번 나에게 말하셨는데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결정하고 나니 그 분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얼른 전화를 했다. 만나서 교회 개척의 뜻을 밝혔다. 장소허락청원서를 제출하라 하셨다. 바로 며칠 뒤 주일 당회에서 장소사용을 허락해 주었다. 예배실이 불과 몇 일만에 해결되었다.
문제는 때다. 때가 있다. 인간은 그 때를 잘 모른다. 하나님은 미리 아시고 준비하시는데 인간은 알 수 없다. 더듬어 찾지만 찾기 어렵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은 미리 준비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수개월 전에 후배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선배가 툭 던졌던 말이 실제로 역사 속에서 일어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부정했었는데 때가 되니 그게 유일한 길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루어졌다. 만일 예배실을 구하기 위해 돈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며칠을 못 버티고 포기했을 것이다. 성경적으로 보면 평범한 진리다. 돈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해야 함을 누가 모르랴. 그러나 실재로 상황이 닥치면 돈 계산이 먼저 된다. 자동이다. 돈 계산에 빠져 드는 순간 두려움과 절망, 욕망과 조급함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돈을 계산하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보니 하나님이 하셨다. 일주일이 채 안되어 예배실이 마련되었다. 아니, 작년부터 하나님은 준비하셨거야?
하나님께서 수개월전부터 준비하신 예배실은 가현산 아래 위치하고 있었다. 가현산은 해발 215미터의 나지막한 산이다. 한 때는 코끼리를 닮아 상두산이라 불리었고, 또 한 때는 칡이 많이 나서 갈현산이라 불리었다. 지금은 가무를 즐기고 거문고를 탄다고 하여 가현산이라고 부른다. 완만하게 놓여진 숲길은 걷기에 참 좋다. 교회를 개척했다고 하니 여러 사람들이 찾아왔다. 오는 사람마다 밥을 먹고 가현산을 산책하면서 마음을 나누었다. 내가 로스팅한 커피를 함께 마시며 비전과 삶을 나누었다. 예배실은 꿈꾸는교회의 별관으로써 주일 오전에는 지체장애인들을 교육하고 섬기는 꿈나래부가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후 2시 30분에 공예배를 시작하고 4시 10분부터 주일오후성경공부를 하였다. 교회의 본관 건물은 크고 웅장하게 따로 지어져 있기 때문에 별관인 우리 예배실에는 성도들이 거의 왕래하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그러했으리라. 따라서 김포장로교회는 마치 자기 예배당에서 예배하듯이 자유롭고도 편안하게 11개월 동안 예배할 수 있었다. 보증금도 없고 월세도 없고 관리비도 없이 오직 삼위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었다. 성경공부와 목장모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문제는 순복이다. 돈도 아니고 때도 아니다. 돈은 당연히 없다. 돈으로 무엇을 하려면 사업을 했어야 한다. 때도 당연히 모른다. 때는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내가 조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순복이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주어진 말씀에 순복하는 일이다. 떠나라면 떠나고 숨죽이라면 숨죽이고 바닥으로 내려가라면 내려가고… 그렇게 순복하며 걸어와 가현산 아래 예배실에서 교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손길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곁에서 나를 붙들고 계셨다.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길과 장소로 인도하고 계셨다. SFC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이 땅 위에!” 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한 덕분일까? 교회를 개척한다고 결정할 때도 그렇고 예배실을 마련해야할 때도 그렇고 큰 두려움이 없었다. 매 순간마다 나에게 보여주시는 만큼 순복하며 걸었을 뿐이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미리 예비하신 예배실이 내 앞에 등장하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예배실이었다.
교회개척 이야기 7 - 미리 예비하신 아름다운 예배실 - 고신뉴스 K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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